1924년 경성. 조선 최초의 면허 치과의사 함석태의 진료실로 캐딜락 두 대가 들어선다. 망토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의자에 누워 말한다. "내 이를 보시오. 내가 누구인지 알아맞혀 보시오." 숨결에서 과일 향과 암모니아 냄새를 맡고, 금관 안쪽에 새겨진 오얏꽃을 찾아낸 순간 함석태는 무릎을 꿇는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이었다. 진료가 끝나고 황제가 쥐여 준 것은 금단추 하나. 그 안에는 쌀종이에 적힌 밀서가 들어 있다. 선친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 다섯 해 전, 고종은 밤참으로 식혜를 들고 자정에 숨을 거뒀다. 궁문은 이틀 동안 닫혔고 조선인 의사는 아무도 시신을 보지 못했다. 독살을 고발하는 전단이 3월 1일 아침 거리에 뿌려졌으나, 그 밤을 증언할 수 있었던 궁녀 둘은 보름 안에 모두 죽었다. 함석태는 사람의 치아에서 그 사람의 병과 습관과 거짓을 읽어 내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번에 그가 상대하는 것은 조선총독부와 왕실 치과의사, 그리고 종로 발치소에서 벌어지는 연쇄 죽음이다. 사건마다 황금 틀니가 나오고, 거기에는 춤추는 사람 모양의 암호가 새겨져 있다. 현무, 청룡, 백호. 사신이 하나씩 나타날 때마다 사람이 하나씩 죽는다. 시간도 없다. 총독부가 궁중 진료 기록 전부를 도쿄로 실어 보내는 날이 6월 15일이다. 그날이 지나면 증거는 영원히 사라진다. 곁에는 의열단원의 손녀이자 그가 청계천 다리 밑에서 거두어 기른 양녀 강영재가 있다. 할아버지가 남긴 권총에는 총알이 세 발 들어 있다. 한 발은 임금의 원수를 갚는 데, 한 발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한 발은 자신을 지키는 데. 함석태(1889~?)는 실존 인물이다. 조선인 최초의 치과의사이자 치과의사 면허 1호였으며, 고종의 국장 직후 종적이 묘연해졌다. 소설에 등장하는 궁중의 그날 밤, 3월의 전단, 덕수궁 숙직 일지는 모두 기록에 남아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상상인지는 책 끝의 역사 노트에 밝혀 두었다. 제국과 충성, 그리고 금단추 하나에 들어갈 만큼 작고 위험한 것들에 관한 역사 추리소설. 경성 탐정 시리즈 제1권. 다음 권 『경성 좀비 탐정록』으로 이어진다.